완충 지대, 고요하지만 격렬한, 아름답지만 위협적인
안진국 (미술비평)
Lev AAN (Art Critic)
“나에게 예술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제3의 눈으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제3의 눈은 나의 번역, 관점, 태도, 환상이다.”
- 이해반 작업노트 중
예술은 무척 진보적이지만 때로는 너무 안전하다. 예술은 자주 폭력과 위협이 갈라놓은 틈새에 놓인다. 그곳은 안전과 불안의 경계이다. 더 큰 폭력과 위협의 압력이 가해져 균열이 더 커질수록, 그 틈새가 더 벌어질수록 예술의 자리는 더 안전해진다. 하지만 그 순간 예술은 힘을 잃는다. 반대로 그 틈새가 좁아져 압착되면 예술은 압력에 못 이겨 바스러진다. 틈새에 놓인 예술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해반이 쓴 『Buffer Zone : Human-made Landscapes(완충 지대 : 인간이 만든 풍경들)』(2022)을 떠올린다. 이 책에는 폭력과 전쟁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갖게 되는 정체성에 관한 내용들이 나온다. 그중 눈길을 끌었던 두 지점이 있었다.
2020년 10월 이해반이 방콕 비엔날레 참여했을 때,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방콕 예술문화센터(Bangkok Art & Culture Center, BACC) 앞에서 태국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 태국 예술가는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연대를 요청했고, 참여 작가들은 그 요청을 받아들여, 시위대를 지지하고 폭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참여 작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작가를 포함한 참여 작가들은 태국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데 작가는 미술관 앞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시위 현장과 미술관 안에 있는 작품에 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예술 작품 그 자체는 보호된다. 역사의 전쟁 중에도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재능도 보호되어 왔다. 벽과 받침대에 있는 예술 작품은 만질 수 없다.” 예술은 진보적 태도를 지니면서도, 벽과 받침대의 보호를 받는다. 예술은 안전하다.
그가 서술한 종군화가단(정부를 위해 전쟁을 기록하는 예술가 집단) 이야기도 그냥 읽어 넘길 수 없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문교부는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1972년 6월 예술가 10명을 종군화가단으로 베트남에 파견했다. 그중 유일한 여성 화가로 천경자가 있었다. 종군화가단의 작품은 같은 해 12월 ⟪베트남 전쟁 기록전⟫(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됐는데, 천경자의 작품은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낯선 풍경에 대한 호기심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 전쟁에 참전했던 그녀의 삼촌은 그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고,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전쟁의 후유증으로 평생 한 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살았다. 한 사람은 전쟁 속에서 아름다운 예술을 했지만, 다른 사람은 전쟁의 참혹함을 깊이 경험했다. 이해반은 이 서술 말미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림은 아름답지만 그림 너머에 비극이 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인가?
이해반이 작업을 통해 거듭 질문하는 것은 ‘예술의 정체’다. 그는 ‘예술이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질문 속에서 예술을 구원해 낼 길을 모색한다. 이해반의 작업을 스치듯 본 어떤 이는 DMZ(비무장지대)의 풍경을 통해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을 상기시킨다고(혹은 다른 접경지역의 풍경을 통해 긴장 상황을 드러낸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또는 대치하는 세력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이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예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DMZ(혹은 다른 접경지역)라는 특정 장소에 관한 사유인 동시에, 예술을 구원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현재 작가는 그 구원의 길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를 연결하는” 완충 지대(Buffer Zone)에서 찾고 있는 듯 보인다. 완충 지대는 “예술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했던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삶에 녹아있는 공간—그는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이고, 작가를 끊임없이 사유하게 하는 ‘균열’이며 ‘틈’이다.
경계의 예술
이해반은 지역적 맥락이 드러나는 특정 장소의 현실 풍경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그 장소와 관련된 복합적인 경험을 토대로,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사회적 맥락과 작가의 감수성을 표현해 왔다. 그는 개인 작업을 하면서도 동시에 2013년부터 ‘도파(DOPA)’라는 아티스트 콜렉티브를 조직하여, 한국에서 유라시아, 멕시코에 이르는, 국경을 넘나들며 예술가와의 교류와 국경을 초월한 창작 및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매체와 국경을 넘나드는, 초월하고 횡단하는 트랜스(trans) 활동을 하는 이해반에게 ‘경계’는 중요했을 것이다. ‘경계 있음’과 ‘경계 없음’은 사유의 촉발점이 됐을 것이다. 그의 작업이 ‘경계’라는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리라. 그는 경계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계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울타리나 돌담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경계는 그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다. ‘생각의 경계’나 ‘삶과 죽음의 경계’와 같이 실체가 없는 개념이나 사건의 경계는 우리가 사물이 아닌 개념에 경계를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고가 가능한 것은 인간이 경계를 설정하여 추상적인 대상을 이해하는 인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경계조차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을 확장해 보면, 물리적인 경계조차 그 심연에 물리적 경계를 초과하는 개념적인 경계가 존재하며, 우리는 그 비가시적 경계(개념적인 경계)로 가시적 경계(물리적인 경계)를 판단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경계’는 다름의 인식이다. 그리고 ‘경계’의 뒤편에는 ‘트러블(trouble)’이 존재한다. 경계를 인식하는 많은 사람은 트러블을 말끔하게 지우고 매끈하고 세련된 경계로 존재하길 기대한다. 마치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군사분계선인 DMZ가 언제나 평화롭고 안전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공간은 그리 평화롭지도 전혀 안전하지도 않은 공간이다.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생물학자, 과학학자, 문화비평가인 도나 해러웨이(Donna Jeanne Haraway)는 ‘트러블과 함께하기(Staying with the Trouble)’을 말했다. “어지럽고 불안한 시대, 뒤죽박죽인 시대, 문제 있고 혼란한 시대에 … 함께 잘 살고 잘 죽는 것을 배우는 실천”이 바로 ‘트러블과 함께하기’다. 서로의 삶에 단단히 얽혀드는 자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수단으로 삼는다. 그 관계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일방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쪽의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관계는 서로를 수단으로 삼지만, 동시에 서로를 돌보고 변형시킨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관계 속으로 진입할 때, 다시 말해 트러블과 함께할 때, ‘경계 있음’과 ‘경계 없음’은 포개진다. ‘경계’의 속성은 흐트러진다.
이해반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든다는 의미에서 ‘경계의 예술’이며, 경계의 내재적 특성을 다각도로 드러낸다는 면에서 ‘경계의 예술’이다. 작가는 ‘경계 있음’과 ‘경계 없음’을 중첩하는 트러블을 작업의 심층부에 놓고, 경계가 지닌 복합적 양상, 즉 갈등이 늘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위해 보호해야 하며, 언젠간 없어지길 꿈꾸면서도 현재는 없어져서는 안 될, 어쩌면 앞으로도 없어질 수 없는 경계가 지닌 다면성을 작업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이자 공간을 상징하는 개념어로 ‘완충 지대’를 제시한다. 완충 지대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두 개 이상의 지역이나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중립 지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대 지역을 지리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며, 충돌 가능성이 언제나 내재되어 있는 위험한 공간이다. 완충 지대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상황이자 사건으로서 완충 지대는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곳이다. 끊임없이 존재하는 불안정한 외부 환경의 그 불안정을 완화하는 곳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중첩된 시간이기도 하다. 이해반의 ‘완충 지대’ 또한 결코 단순하지 않다.
완충 지대의 예술적 층위
이해반은 2012년 연작을 시작으로, DMZ 풍경을 담아오다가 2021년 《Buffer Zone》(SAGA, 2021.12.2.~12.31.)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DMZ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 유라시아의 다른 접경지역을 표현의 대상으로 하여 ‘완충 지대’라는 다층적 개념을 드러냈다. 작가는 『Buffer Zone』에서 완충 지대의 존재 이유를 ‘중립 유지’, ‘혼란 완화’, ‘보존’으로 서술하는데, 작가의 작업에서는 여기서 파생된 완충 지대의 다섯 가지 층위가 감지된다. 작업은 표면적으로 ‘완충 지대 그 자체(DMZ,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 유라시아의 다른 접경지역)’를 보여 준다. 그 내면에는 ‘잔존하는 주관적 기억’과 정치적 측면에서 ‘은폐된 트러블이 돌출되는 공간’이 있으며, 심층에는 ‘중립을 원하는 심리적 공간’과 ‘예술의 본질이 드러나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해반의 작업은 고요하지만 내적 격렬함이 존재하고, 아름답지만 위협적이다.
작가에게 완충 지대를 대표하는 장소는 ‘DMZ’다. DMZ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 협정 이후 남한과 북한 사이에 생긴 비무장지대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병력과 군사 시설 배치를 금지한 공간이다. 이해반은 연작으로 2012년부터 DMZ의 풍경을 그려왔다. 초기 DMZ 풍경은 서정적인 면을 보였으나(<금강산으로 가는 철길>[2012], <민간인 통제구역> 연작[2012], <학학>[2012] 등), 점차 표현주의적이고(<집터>[2013], <한탄강과 두 다리>[2014] 등) 상징적인 표현 방식으로 변하였고( [2016-2017] 등), 오브제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했다([2018], [2017] 등). 2020년에 들어서는 완숙한 표현성을 지닌 작품을 선보였으며(<금강산>[2020], <압록강>[2020], <압록강 신의주>[2020], <금강산 38°35′55.6″N 128°21′06.6″E> 연작[2020] 등), 최근에는 완충 지대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표현한 거대한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2021], [2022]).
완충 지대는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간으로 통제가 심하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DMZ는 사진촬영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곳이다. 작가가 그린 DMZ 풍경은 장소를 경험한 후 남은 ‘잔존하는 주관적 기억’이다. 그가 경험한 풍경은 감정의 덩어리가 되어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진실된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해반이 그린 그림은 사실과 추상이 뒤섞인 감정적이며 진실한 물질화된 풍경으로 드러난다.
그 풍경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삼각형과 사각형의 기하학적 모양들이다. 이 인위적인 조형물은 지뢰를 경고하는 표지판이거나 각종 군사 시설의 경고판, 전쟁을 위해 뚫어 놓은 벙커, 넘어가선 안 되는 선을 표시한 것이다. 이렇듯 완충 지대는 평온한 풍경의 곳곳에 ‘은폐된 트러블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공간’이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도는 곳이지만, 얇은 삼각형과 사각형 스티커 같은 경고 표시가 알록달록하게 붙여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전혀 위협적으로도 보이지 않고, 갈등이 존재한다는 기미도 발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트러블은 다시 은폐된다.
이해반이 그린 완충 지대 풍경의 심층에는 선택의 상황에서 판단을 미루거나 유보하며 머물러 있고자 하는 심리적 풍경이 스며 있다. 위험과 위협이 현존함에도 평온하고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은 이 풍경이 ‘중립을 욕망하는 심리적 완충 지대’임이 느껴진다. 완충 지대는 혼란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며, 안전과 보전의 역할도 한다. 심리적 차원에서 완충 지대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주체가 부단히 노력하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풍경은 고요에 향한 욕망이 근저에 깔려 있는 심리적 풍경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그가 그리는 완충 지대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은유가 담겨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치열한 태국 민주화 시위대와의 연대와 너무나도 안전한 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아이러니, 종군화가단으로서 천경자가 그린 그림이 지니는 아이러니는 예술이 지닌 모순적 속성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Buffer Zone』에는 예술의 여러 모순적 면모가 서술되어 있는데, 이는 예술이 완충 지대의 속성과 닮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예술을 완충 지대와 유비(類比)함으로써 ‘예술의 정체’에 다가서려 한다. 면세 지역은 완충 지대와 유사하다. 따라서 완충 지대에 존재하는 미술은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말한 ‘면세 미술(Duty Free Art)’을 상기시킨다. 완충 지대로서 미술은 현재의 갈등, 감시, 가상 세계, 기업의 지배가 교차하는 미술, 세금을 내지 않는 시장이자 치외법권에 속하는 영역이며, 역사와 주권 밖에 있는 지역을 보여주는 대상이자 상징인 미술을 의미한다. 반면에, 인류의 역사이자 유산으로서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예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해반이 그리는 그림이 예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인 것은 미술의 모순된 속성을 완충 지대를 통해 사유하도록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회에서 평화와 기쁨, 행복을 생각하다
완충 지대는 “사회적 휴식이며, 창조적 힘을 지니고 있기에 의미의 흔들림, 표류 상태”다. 이해반의 풍경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요동침이 존재한다. 하지만 평온하고 고요하다. 충돌의 풍경이며, 완화의 풍경이며, 보존의 풍경이다. 그곳에는 휴식과 힘, 흔들림과 표류가 떠다닌다. 이해반은 말한다. “나는 이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회에서 평화와 기쁨, 행복을 생각한다.” 이 말에서 그의 삶의 태도가 된 완충 지대를 떠올린다. 그는 고요하지만 격렬한, 아름답지만 위협적인 그곳에서 삶과 예술을 사유하고 있으리라.
Art is incredibly progressive, but sometimes it can be too safe. Art often finds itself in the gaps created by violence and threats. It's the border between safety and insecurity. As the pressure of greater violence and threats increases, and as the cracks grow wider, the position of art becomes safer. However, at that moment, art loses its power. Conversely, when the gap narrows and art is squeezed, it succumbs to pressure and collapses. Thinking about the art placed in these gaps, I recall the book "Buffer Zone: Human-made Landscapes" (2022) written by Haevan Lee. The book discusses the identity that artists and artworks acquire in the midst of violence and war. Two points in particular caught my attention.
In October 2020, when Haevan Lee participated in the Bangkok Biennale, there were ongoing pro-democracy protests in front of the Bangkok Art & Culture Center (BACC) where the artist's work was exhibited. A Thai artist requested solidarity from the participating artists, and they responded by issuing a statement of support and opposition to violence called the "Statement of Participating Artists." Through this statement, the participating artists, including Haevan Lee, demanded progressive changes in Thai society. However, the artist's thoughts were divided between the intense protest scene outside the art museum and the artworks inside. Haevan Lee wrote the following: "Even in such a chaotic situation, the artwork itself is protected. Throughout the wars in history, not only artworks but also the talents of artists have been protected. Artworks on walls and pedestals are untouchable." Art is both progressive and protected by walls and pedestals. Art is safe.
The story of the War Artist Group, a group of artists who record wars for the government, as described by Haevan Lee, was also compelling. In 1972, during the Vietnam War, the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with the cooperation of the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dispatched ten artists as a War Artist Group to Vietnam. Among them was Cheon Gyeong-ja, the only female painter. The works of the War Artist Group were publicly displayed in the "Vietnam War Records Exhibition"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in December of the same year. Cheon Gyeong-ja's work showed curiosity about unfamiliar landscapes rather than the horrors of war. However, her uncle, who had fought in the war, killed people and lost comrades on the battlefield. And as a result of the aftermath of the war, he lived with a hearing aid in one ear for the rest of his life. One person created beautiful art amidst the war, while another deeply experienced the horrors of war. At the end of this narrative, Haevan Lee wrote the following: "The paintings are beautiful, but tragedy lies beyond the paintings." What is art, really?
Through her work, Haevan Lee repeatedly questions the essence of art. She explores ways to save art within the questions of "What is art?" and "What does art show?" Her work may remind some viewers of the Korean division situation by depicting the landscape of the DMZ (Demilitarized Zone) or revealing the tension through the landscapes of other border areas. Alternatively, one may interpret her work as presenting an ideal realm by portraying shared spaces between opposing forces. However, her work is not only a reflection on the specific place of the DMZ (or other border areas) but also an attitude to rescue art. The artist seems to be seeking this path of rescue in the "Buffer Zone" that connects the visible and invisible worlds, the familiar and unfamiliar worlds. The Buffer Zone, as the artist described it as "art's attitude towards life," is a space intertwined with the artist's life.
Art of Boundaries
Haevan Lee, in her artistic practice, explores the concept of boundaries by observing and documenting the realities of specific locations that reveal their local contexts. Through various mediums such as painting, installation, video, and performance, she expresses the complex experiences associated with these places, combining social contexts and her own artistic sensibilities. Since 2013, Lee has also organized an artist collective called "DOPA" and engaged in cross-border artistic exchanges and collaborations with artists, spanning from Korea to Eurasia and Mexico. The notion of "boundaries" holds great importance for Lee, as she navigates between mediums and transcends physical and conceptual borders.
According to Lee, boundaries can be both visible and invisible. Visible boundaries, like fences or walls, are not merely concrete objects but also hold abstract meanings. Concepts such as the "boundaries of thought" or the "boundaries of life and death" demonstrate that boundaries can extend beyond tangible objects, showcasing our cognitive ability to set boundaries in abstract concepts. Lee emphasizes that even visible physical boundaries are not simple, as they encompass deeper conceptual dimensions. In other words, invisible boundaries inform our perception and judgment of visible boundaries.
The concept of boundaries is intricately linked to the notion of "trouble." Many individuals who perceive boundaries often desire a smooth and harmonious existence, seeking to eliminate any troubles or conflicts associated with boundaries. However, as scholar Donna Jeanne Haraway suggests in her work "Staying with the Trouble," it is important to embrace the complexities and uncertainties of troubled times. Learning to live and navigate these troubling and chaotic periods together, where relationships intertwine and mutual dependencies arise, challenges the simplistic notions of having clear boundaries. Lee's artistic practice embodies this idea, blurring the distinctions between having boundaries and being boundaryless.
In summary, Haevan Lee's work can be defined as "the art of boundaries." By crossing boundaries and revealing the multidimensionality of boundaries, her art transcends physical and conceptual limitations. Lee's exploration of boundaries highlights their inherent complexity, where conflicts persist alongside the need for protection and the aspiration for their eventual disappearance. Through her concept of the "buffer zone," Lee symbolically represents the space between conflicting regions or ideas, characterized by both geographical separation and the clash of diverse values. The buffer zone is far from a simple location; it is a space where past, present, and future converge, and where the instability of the external environment is mitigated.
Artistic Layers of the Buffer Zone
From the series "DMZ Landscape" in 2012 to the exhibition "Buffer Zone" (SAGA, December 2-31, 2021), She has progressively expanded the concept of the buffer zone beyond the DMZ, encompassing border areas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and other Eurasian border regions. In "Buffer Zone," the artist describes the existence of the buffer zone through three aspects: "neutrality," "conflict mitigation," and "preservation." Derived from these aspects, five layers of the buffer zone can be detected in the artist's work. On the surface, the artwork presents the buffer zone itself (DMZ, border areas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and other Eurasian border regions). Within its inner layers, there are "lingering subjective memories" and spaces where "concealed troubles emerge from a political perspective." At a deeper level, there exist a "psychological space desiring neutrality" and a space where "the essence of art is revealed." Consequently, Yee-haeban's work is serene yet internally intense, beautiful yet threatening.
The DMZ is the place that represents the buffer zone for the artist. Established as a demilitarized zone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following the 1953 armistice agreement, it is a space where military clashes are prohibited by the placement of troops and military facilities. Since 2012, she has been depicting the landscapes of the DMZ through the series "DMZ Landscape." Initially, the DMZ landscapes showed a lyrical aspect (e.g., "To Mt. Geumgang by Train" [2012], "Civilian Control Zone" series [2012], "Hakhak" [2012]). However, they gradually transformed into symbolic expressions (e.g., "Jibteo(a house site)" [2013], "Han Tan River and Two Bridges" [2014]) and appeared in the form of objects (e.g., "Goliaths" [2018], "Left-Right-South-North" [2017]). In 2020, she presented mature works with refined expressiveness ("Mt. Geumgang" [2020], "Apnok River" [2020], "Apnok River Shinuiju" [2020], "Mt. Geumgang 38°35'55.6"N 128°21'06.6"E" series [2020]), and recently, they showcased large-scale experimental works representing the buffer zone in panorama format ("Buffer Zone" [2021], "Welcome to the Buffer Zone" [2022]).
The buffer zone is a space deeply entwined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two countries, and it is heavily regulated. As widely known, the DMZ is a place where photography is restricted or prohibited. The DMZ landscapes depicted by the artist are the lingering subjective memories that remain after experiencing the place. The landscapes the artist encountered become a conglomerate of emotions within him, which, at some point (although not specific), manifest as authentic images. As a result, the artist's paintings reveal emotionally mixed, truthfully materialized landscapes that blend reality and abstraction.
What captures attention in these landscapes are the geometric shapes of triangles and squares. These artificial formations represent warning signs for landmines, various military facility signs, bunkers created for war, and lines indicating boundaries that should not be crossed. In this way, the buffer zone is a space where concealed troubles sharply protrude from peaceful landscapes. It exudes an imminent tension, yet the presence of thin triangle and square stickers resembling warning signs, which are brightly attached throughout, doesn't appear threatening at all, and there are no signs of existing conflicts. Consequently, the troubles are concealed once again.
At the depths of the buffer zone landscapes painted by Haevan Lee, there is a psychological landscape that permeates, desiring to postpone or withhold judgment in situations of choice. Despite the coexistence of danger and threat, the tranquil and beautifully unfolded landscapes evoke a sense that these landscapes are a "psychological buffer zone" yearning for neutrality. The buffer zone serves to alleviate or prevent confusion while also fulfilling a role of safety and preservation. On a psychological level, the buffer zone can be seen as an attitude of life where the individual strives to maintain a middle ground, not leaning towards either side, amidst the intense scenes of life. Haevan Lee's landscapes can be seen as a psychological landscape with a longing for tranquility at its core.
Furthermore, the buffer zone depicted by Haevan Lee contains profound metaphors for the essence of art. As mentioned earlier, the irony that exists between the intense solidarity with the Thai pro-democracy protesters and the art that feels excessively safe demonstrates the contradictory nature inherent in art. In addition to this, "Buffer Zone" narrates various contradictory aspects of art, as art resembles the properties of the buffer zone. Haevan Lee attempts to approach the "essence of art" by depicting art as a buffer zone. Duty-free zones are similar to buffer zones. Therefore, the art existing within the buffer zone recalls Hito Steyerl's concept of "Duty-Free Art." Art within the buffer zone represents the art that intersects with the current conflicts, surveillance, virtual worlds, and corporate dominance—an art market that exists as a tax-free zone and falls outside the jurisdiction of sovereignty, revealing an area beyond history and sovereignty. It signifies both an object and a symbol, showcasing art that should be preserved as a valuable part of human history and heritage. The artwork painted by her is an exploration of the essence of art because it guides us to contemplate the contradictory nature of art through the buffer zone.
'In a beautiful yet tragic society, I contemplate peace, joy, and happiness.'
The buffer zone is a "social respite and a state of drifting, experiencing fluctuations of meaning due to its creative power." In the landscapes from her, there exists taut tension and turbulence. However, it is serene and tranquil. It is a landscape of conflict, of mitigation, and of preservation. Rest and strength, fluctuations and drifting, float within that place. She declares, "I contemplate peace, joy, and happiness in this beautiful yet tragic society." In these words, I recall the buffer zone that has become her attitude towards life. She ponders life and art in a place that is serene yet intense, beautiful yet threatening.